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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편지] 설날 음식

세 살 아기에게 떡국을 먹이며, 떡국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고 해마다 할머니께서 끓여주시던 뽀얗고 하얀 떡국이 생각났다. 귀한 음식 재료를 써서 새해를 기념하는 관습은 실은 글로벌한 음식 문화의 일부다. 조선 후기 세시풍속을 기록한 문헌에 따르면 천지 만물이 새로 시작하는 날에 깨끗한 흰떡으로 떡국을 끓여 먹는 풍습은 오래됐을 뿐 아니라 길게 뽑는 가래떡은 장수의 기원을 뜻했다. 가래떡을 잘게 자르면 엽전 모양 비슷해 물질적 풍요를 상징하기도 한다는데, 금전적 의미가 담긴 새해 음식은 세계적으로도 흔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렌틸콩이 설날 음식이다. 짙은 초록색 원반 모양의 렌틸은 고대 로마시대 때부터 동전을 상징했다. 브라질과 칠레에서는 렌틸콩을 새해 전날 주머니에 넣어 다니거나 선물로 주고받기도 한다. 미국 남부에서는 노예무역 시대 서아프리카에서 건너온 검은눈콩이 복원력과 새 출발을 상징하는 새해 음식인데, 함께 먹는 우리의 시래기 비슷한 콜라드 그린의 초록색이 돈을 뜻하며 금색의 옥수수빵과 함께 풍부한 한 해를 기원한다. 스페인에서 설날 자정 종소리에 맞춰 12개의 청포도 알을 먹는 관습은 12달 동안의 행운과 번영을 기원한다. 19세기에 생겼다는 이 관습은 그리스 신화의 페르세포네가 저승에서 먹었던 6알의 석류씨를 연상케 한다.   된장·고추장·간장을 만드는 메주콩은 단백질 함유량이 35%나 되고, 서양의 렌틸콩과는 달리 발효가 잘된다. 쌀은 원산지가 동남아로 알려져 왔으나 몇해 전 금강 상류 지역인 소로리에서 BC 1만1970년경 볍씨가 발견되어 벼농사가 처음 시작된 곳이 한반도라는 설이 부상하고 있다. 설날 음식을 생각하면 우리의 풍요로운 음식문화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설날 음식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정치 문화가 안착하기를 빈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설날 음식 설날 음식 새해 음식 음식 문화

2025-01-06

전통 미술에 담은 이민, 음식, 가족 이야기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아 이민 역사, 음식 문화, 가족,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특별 전시회가 열린다.     LA 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 기획 전시 두 번째 시리즈 ‘식구’ 특별전을 오는 9일부터 3주 동안LA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LA카운티뮤지엄(LACMA),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을 거쳐 현재 덴버 미술관 아시아 미술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정 큐레이터가 기획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전통적인 한국 미술과 재료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승민 작가와 임미란 작가가 각각 한지 설치작품과 섬유 예술 작품이 소개된다.     이승민 작가는 두 작품의 연작을 선보이는데 다양한 인종의 음식 문화를 탐구하며 여러 상차림을 통해 개개인의 기억과 향수의 영역을 끄집어낸다.     임미란 작가의 작품 ‘밥은 먹었니, 사랑해!’는 다른 사람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거나 음식 대접을 받는 것이 사랑과 관심의 표현일 수 있는 한국인의 감성을 섬유 예술로 승화시켰다.     LA 한국문화원 정상원 문화원장은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두 명의 이민작가들 작품을 전시해 더 뜻깊게 생각한다”며 “미주 한인 이민 이야기, 음식 문화, 그리고 가족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9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며 오프닝 리셉션은 9일 오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다.     ▶주소:5505 Wilshire Blvd. L.A.   ▶문의:(323)936-3014  이은영 기자이야기 이민 이야기 음식 이민작가들 작품 음식 문화

2023-06-04

[푸드 칼럼] 세계인의 먹거리가 된 ‘달고나’

‘오징어 게임’의 성공 덕에 달고나(dalgona)가 세계적인 먹거리로 떠올랐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을 때 짜파구리와 같은 꽃길을 걷고 있다. K콘텐트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문화적·심리적인 장벽이 걷히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시작된 한식의 세계화도 활짝 꽃을 피울 태세다.   최근에는 한식(韓食)보다 K푸드라는 단어가 더 많이 쓰인다. 한식에서 K푸드로의 이동은 단순히 영어 단어 사용 차원이 아니다. 내용적으로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준다.     한식이란 말은 대한제국 시기에 처음 등장한다. 바로 ‘각사등록’ 1900년 8월 기록에 나온 ‘음식은 한식(食韓食)’이다. 한식은 일식이나 청식(淸食)·양식의 상대 개념으로 쓰였지만 당시 한식은 ‘복잡한 음식, 자양분이 없는 음식을 많이 먹는지라 우리의 신체도 역시 복잡하며 무기력하도다’라고 한 열등한 음식이었다.   해방 후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식은 외국에서 열린 올림픽에 참가한 운동선수나 교민들이 먹는 한국인만의 음식으로 소개됐다. ‘외국을 다녀본 사람들은 누구나 느끼겠지만 한식의 값은 왜식에 비해 너무나 싼’(1972년 8월 1일자 조선일보) 싸구려 음식 취급을 받았다.   한식이 외국인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받은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다.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함께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 발아한 한류와 K팝이 아시아와 세계로 퍼지면서 K푸드라는 단어도 새롭게 떠올랐다.     한식이 외국 음식에 대한 상대적 개념을 기반으로 한 한국인 중심의 먹거리라면, K푸드는 미국·유럽 등의 다양한 음악을 한국식으로 소화한 후 독창적인 선율과 리듬으로 다시 창출해낸 K팝처럼 지구촌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해석한 독창적인 음식문화다.   예로 라면을 보자. 중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상품화한 인스턴트 라면을 우리는 한국식으로 끌어올려 세계인의 미뢰를 자극했다. 우리 라면 기술에 쇠고기를 얹은 짜파구리 같은 한국형 변종도 큰 성공을 거뒀다.     포르투갈에서 일본을 거쳐 한국화한 달고나는 이제 달고나 커피에서 드라마·게임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조선시대에 허균의 집안은 일본과 중국을 다녀온 당대의 세계인이었다. 허균은 유배지에서 쓴 조선의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에서 “우리나라는 외진 곳에 있기는 하지만 바다로 둘러싸였고 높은 산이 솟아 물산이 풍부하다. 만일 (중국의) 하씨(何氏)나 위씨(韋氏) 두 사람의 예(例)를 따라 명칭을 바꾸어 구분한다면, 아마 역시 (음식 이름이) 만(萬)의 수는 될 것이다”고 말했다.     허균이 상상했던 만 가지 K푸드 세계가 지금 기세 좋게 열리고 있다. 박정배 / 음식평론가푸드 칼럼 세계인 먹거리 달고나 커피 음식 문화 외국 음식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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